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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의 영화관/별당의 영화정리

[영화 추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숨길 수 없는 잔인함과 미칠듯한 유쾌함

Inglourious Basterds

 

영화 <바스터드: 거친녀석들> 포스터

 

 

감독: Quentin Tarantino

주연: Brad Pitt, Christoph Waltz, Melanie Laurent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는 마치 만화책 한 시리즈 같다. 특히 옛날 미국 만화책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챕터별 진행,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음악과 등장,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잔인한 연출까지 어디선가 봤던 느낌이다. 그러나 이런 B급 영화 소재를 가지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관객들은 놀라움과 잔인함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기성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다. 영화는 크게 두 에피소드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한 에피소드는 유대인 쇼사나의 이야기로, 다른 에피소드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알도 레인과 바스터즈 부대의 이야가이다. 쇼사나는 어렸을 때 독일 장교인 란다 대령에 의해 온 가족이 몰살당한다. 겨우겨우 도망친 쇼사나는 파리에서 신분을 숨기고 영화관을 운영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독일군 전쟁 영웅 촐러가 쇼사나를 짝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기쁘게하기 위해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괴벨스의 영화 시사회를 쇼사나의 극장에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쇼사나는 시사회에 많은 독일 고위층이 모일 것을 알고 이 기회에 극장에 불을 질러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미국 특수부대인 바스터즈는 알도 레인을 필두로 게릴라전을 펼쳐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들은 죽인 독일군의 머리가죽을 벗겨 수집하고, 항복하거나 살려준 독일인들의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칼로 새겨 독일군 사이에 공포의 부대로 소문난다. 영국 정보부에서는 바스터즈 부대와 연개하여 키노(독일어로 영화) 작전을 세운다. 괴벨스 영화 시사회에 모인 독일의 고위 인사들을 암살하기 위해 독일에 잠입해 있던 스파이 여자 배우와 접견하지만 계획이 틀어져 작전에 차질이 생긴다. 급한대로 바스터즈 부대원이 변장을 하고 영화관에 침투하지만 독일 장교인 한스 란다 대령에 들킨다. 그러나 한스 대령은 미국에 투항하기를 원하고, 협상 끝에 히틀러를 암살하는 작전은 성공하고, 쇼사나는 죽지만 그녀의 작전도 성공한다. 

 

 

한스 란다 대령, 최근에 본 가장 매력적인 악당

 

앞서 말했듯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최대 장점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이다. 이런 예측 할 수 없는 전개는 관객을 긴장시킨다. 특히 타란티노의 서스펜스를 극도로 늘리고 쌓인 긴장감을 터트리는 연출은 관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바에서의 밀회와 첫 챕터의 라파디뜨와 란다 대령의 대화 장면은 이런 타란티노의 연출을 잘 보여준다. 오로지 대사와 현장 분위기만으로 관객은 긴장하게 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도 못한채 화면에 빠져든다. 

또한 이 긴장감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악당들 덕분에 만들어진다. 이 영화의 메인 악역인 한스 란다는 나치의 장교로, 숨은 유대인을 잡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민한 두뇌와 냉철한 판단으로 유대인과 스파이를 쉽게 찾아낸다. 바스터즈 부대에 대해 속속히 알고 있는 모습은 그가 매우 부지런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어보다 독어, 불어가 주로 사용되는 영화에서 그는 거의 모든 언어와 문화를 통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는 이를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등골이 싸늘해지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거기다 그는 유쾌하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적들을 심문하는데 그의 이런 모습은 마치 코너로 몰린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그의 등장만으로 긴장하게 되고, 그의 위압감과 비중은 란다 대위가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출이 돋보였던 Bar 씬

 

반면,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들인 바스터즈는 코믹함을 위해 사용된다. 오로지 나치를 죽이는 것이 목표인 그들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처럼 영리하지도 전략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각자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것처럼 보이며 이런 모습들은 주로 유머의 요소로 사용된다. 특히 얼굴에 힘을 가득 준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보고, 허세가 가득한 목소리를 들을 때면 항상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저돌적이고 집착적으로 나치를 죽이는 그들의 모습은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한다. 히틀러나 나치처럼 절대적인 악인을 만들어 놓고 그들을 철저히 파괴하면서 느껴지는 쾌감을 감독은 의도했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 보고 이 영화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양한 인물들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 영화에는 매우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오로지 한 장면을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은 영화를 지루하게, 혹은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감독은 이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각자 다른 이야기를 연결하여 한 점으로 귀결시키는 능력도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쿠엔틴 감독이 전하려고 했던 마지막 장면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대체 역사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는 히틀러가 암살당하지 않았지만 영화에서는 히틀러가 기관총으로 벌집이 된다. 이렇게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감독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영화에 담아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알도가 란다의 이마에 하켄크로이츠를 새기며 평생 친위대 제복을 입고다니게 해준다는 말은 전 세계인이 느끼는 나치의 잔혹함과 그들을 끝까지 처벌해야한다는 감독의 생각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별!점: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