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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의 도서관/별당의 문학

[문학-추리]가면산장 살인사건(東野圭吾), 분명히 있었던 현관문 위의 가면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仮面山荘殺人事件

 

오랜만에 쓰게 되는 책 리뷰이다. 2 달이라는 긴 시간 사회와 완전히 떨어져 있다 읽게 된 첫 책이었기 때문에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신중을 가했다. 그동안 고전만을 고집해왔지만 이 곳에 고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3일 후면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쉽게 소화되는 글을 읽게 만들었다. 그리도 동기들의 추천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책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반전도 충격적이었으며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일품이었다. 겹겹이 벌어지는 사건들과 급박한 상황 변화가 독자를 사로잡았다. 300페이지라는 짧지 않은 책을 하루 만에 전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주인공인 다카유키의 시점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다카유키는 그의 약혼자인 도모미와 약혼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식 전날, 결혼식장이 될 성당에 다녀오는 길에 다모미는 절벽에서 추락하여 유명을 달리하였다. 3달 뒤 다모미의 가족인 모리사키가가 별장에서 파티를 열었고, 다모미와 각별한 사이었던 다카유키도 초대받았다. 파티에는 다모미의 부모님과 그녀의 오빠, 사촌동생과 그의 주치의, 마지막으로 도모미의 동생과 다모미 부모님의 비서가 참석했다. 파티는 순조로울 줄 알았다. 그러나 갑자기 두 명의 무장한 괴한이 저택을 습격하고 모두 인질이 되어 저택에 갇히게 된다. 두 강도는 자신의 동료가 도착하기까지 모리사키의 저택에 머무르려 하자 다카유키를 비롯하여 저택의 사람들은 탈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내부의 방해로 인해 탈출이 저지된 상태. 거기다 강도 중 한 명이 갑자기 잠드는 일을 계기로 각자 방으로 흩어진 후, 다모미의 사촌동생인 유키에 조차 방 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유키에가 죽자 당황한 두 강도는 서둘러 범인을 찾으려 하고, 그 전부터 제기된 도모미가 자살이 아닌 누군가의 살의로 인해 죽었다는 이론이 유키에의 죽음과 관련 있다는 판단으로 저택의 인원은 도모미의 살인자까지 찾아야 하는 상태에 놓인다. 그렇게 다카유키와 가족은 범인을 찾으려 여러 가설을 내세우고 다모미의 절친인 게이코를 필두로 여러 가지 가설이 나온다. 하지만 도모미가 살인당했다는 심증만이 나온 채, 범인의 행방은 깜깜한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강도단의 조력자가 두 강도를 데리러 오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도모미의 아버지와 강도 사이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조력자의 정체가 들통나자, 강도단은 저택을 모두 불태우려 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키에를 죽인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이 전의 추리를 이어나가던 사람들은 용의 선상을 좁혀나가고 결국 도노미의 아버지가 유키에를 죽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궁지에 몰린 아버지는 호수를 향해 뛰어든다. 그렇게 사건은 끝난 듯 보였다. 강도는 도망갈 체비를 마쳤고 다카유키만을 인질로 거실에 묶어두었다. 그때 죽은 줄 알았던 도모미의 아버지가 찾아오고 사건의 진상을 다시 밝히며 잘못된 것을 고치러 왔다는 말에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의 목을 조른다. 그때 불이 커지고 도모미의 가족과 강도들, 거기다 죽은 줄 알았던 유키에까지 다카유키를 내려다본다. 사실 모든 것은 다카유키가 유키에에게 마음을 뺏겨 도모미에게 약을 먹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또 복수하기 위한 연극이었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책이 그다지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전만큼 깊지 않고, 또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글을 소화한다는 느낌보다 소비한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추리 소설을 한 번 읽고 나면 처음과 같은 흥미진진함은 더 이상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무언가 의미를 찾아본다면 표리부동을 상징하던 가면저택의 가면이 마지막에는 사라졌었다는 점이지만 중학생 정도라도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쉬운 상징성이었다. 이 책이 1995년에 나온 작품이라는 것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정확히 결말을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일이 연극이라는 사실은 너무 쉽게 알아낼 수 있었고, ‘서술자가 사실은 범인이었다’라는 트릭 역시 여러 추리 애니메이션을 봐온 나로서 그렇게 충격적은 결말은 아니었다.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가진 편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이 책을 90% 이상 까먹지 않는 이상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다시 손에 쥐는 날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나빴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금 이 책을 처음 읽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더욱 기다 하게 됐고 최신작 역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명백하다. 최신작들은 더욱 흥미롭고 신선한 내용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