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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의 도서관/별당의 비문학

[비문학-예술]영화 글쓰기 강의(강유정), 타자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다.


영화, 그리고 책 리뷰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항상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여러 사정으로 많은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관람한 영화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왔다. 지금 와서 써왔던 리뷰를 다시 보면, 어떤 글은 정말 잘 썼지만, 어떤 글은 블로그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로 완성도가 낮았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봐야 할 영화 목록에 치워버리기도 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라는 욕구는 리뷰를 쓰며 항상 느꼈던 욕구이자 동기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평론가의 글을 따라 해 보기도, 관련 서적도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1년이 지나 드는 질문은 단 하나, ‘일 년간 나는 잘 해왔는가?’이다. 내 글을 평가해 주는 사람 없다 보니 잘해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그 가이드라인이 바로 우연히 발견한 <영화 글쓰기 강의>이다. 오랫동안 영화 평론을 해온 강유정 평론가의 조언이라 생각하고 탐독했다. 책이 긴 편도 아니라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잘 해오고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유정 평론가가 글쓰기의 핵심소재로 꼽아준 캐릭터, 미장센, 서사 등의 분석은 항상 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각각의 분석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었고, 연습하고 습관으로 만들어야 할 것들이 보였다. 우선 분석하는 행위 그 자체를 다시 바라봐야 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타인에게 설득력 있는 글은 독창성을 객관적으로 풀어낸 글이라고 말한다. 영화 리뷰를 쓰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던 점을 쓰고 싶었지만, 단순하게 느낀 점을 쓴 것처럼 보여 여러 번 고쳐 쓴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답답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영화 글쓰기 강의>를 읽고 전에 썼던 리뷰를 다시 보니, 영화 내적 요소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 분석에서 객관성이 빠지니 글이 단순 감상평이 되었던 것이다. 다시 그 영화를 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의 원인이 어디서 근원 되었는지 분석한다면, 더 좋은 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 도움이 되는 습관도 소개되었다. 가장 중요하게 강조된 습관은 ‘메모하기’와 ‘자신을 바라보기’였다. 메모하기는 많은 글쓰기 책에서 항상 추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면서 메모를 하는게 힘들어 지금까지 실천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장면에 깊이 몰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모를 하면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거나 돈을 받고 원고를 쓰는 것도 아니기에 영화를 곧바로 다시 보기에는 마음이 안 따랐다. 그럼에도 강유정 평론가는 메모를 강조한다. 아무리 짧은 문장, 혹은 하나의 단어라도 메모한다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는 이유였다. 메모에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기록하기보다 기억과 감정의 단초 사용하라는 말이었다. 이는 강유정 평론가가 강조하는 ‘자신을 바라보기’와도 연관된다. 강유정 평론가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강조한다. 모든 글은 글쓴이를 통해 나오므로 그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과 의도가 담길 수밖에 없다. 글이 창의적이고 풍요로워지는 것 역시 글쓴이만의 이야기가 반영되었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억을 환기시키는 메모는 글쓴이가 창의적인 영화 글쓰기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좋은 리뷰를 쓰기 위해서 짧게라도 메모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영화 글쓰기는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몇 시간씩 들여가며 글감을 택하고, 구조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일은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영화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를 소비하기보다 소화하기 위해서이다. 글쓰기는 영화를 소화하는 과정인 동시에 그 스스로 글쓰기의 동기가 된다. 강유정 평론가의 <영화 글쓰기 강의>는 나처럼 영화를 소화하고, 그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법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책이 소개한 유의해서 봐야 하는 점,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는 점을 항상 기억해놓아야 한다. 특히 ‘메모하기’와 ‘자신을 바라보기’는 항상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리뷰는 계속된다. 이후의 리뷰들은 이전보다 더욱 발전한 글이었으면 좋겠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